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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트위터
  제  목 : [한겨레21]노무현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07-02-13 10:02     조회 : 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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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검 정면돌파!... 검찰개혁 첫단추를 확 틀어쥐다
일요일 한낮에 벌어진 토론의 열기를 당분간 우리 국민은 잊지 못할 것이다.
‘구중심처’ 청와대에서 나온 노무현 대통령과 감히 접근하기 힘든 ‘권부’의 검사들이 국민 앞에 벌거벗고 나서, 날것 그대로의 언어를 구사해가며 격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젊은 검사들은 작심한 듯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언어를 구사했고, 대통령도 “이쯤 하면 막 하자는 거죠.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시렵니까”라며 정색하고 맞받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후보시절부터 “검찰은 첫 번째 개혁대상”
이날 토론의 성과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확고한 초석이 놓인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검찰개혁은 이제 판·검사나 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입제도 변경이나 택시비 인상 문제처럼 국민에게 친숙한 주제로 다가오게 됐다.
또 토론 뒤 평검사들이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고 검찰 인사안을 수용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계속 밀어붙일 동력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5년 동안 개혁을 추진해야 할 대통령이 초장부터 힘을 너무 많이 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왜 노 대통령은 이렇게 버거운 검찰개혁을 자신의 첫 번째 과제로 선택했을까.
2월 초 대통령직인수위의 인사추천위원회에 참가한 한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신을 엿볼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이 “DJ정부의 실패는 검찰의 실패 때문이다.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면 새 정부의 개혁도 실패한다. 검찰의 문민화는 시대적 과제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은 첫 번째 개혁대상”이라고 선언해왔다. 또한 “권력기관의 횡포와 줄서기, 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그랬고, 대전에서도 언급했다. 단지 당시는 지지도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하면, 고위 공직자 비리와 정치권 부정부패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러나 검찰이 스스로 ‘정권의 최후보루’라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는 바람에 검찰은 DJ정권에서 정권의 위기마다 중심에 있었고 정쟁대상이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했지만 사실 ‘검찰개혁 없이 나라개혁 없다’가 맞는 말”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동안 검찰과 함께 국가권력 운용의 절대축인 군과 국가정보원의 역할이 축소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검찰이 권력 운용의 유일한 절대축이 되면서 검찰의 중요도와 주목도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이 과거 부림사건 변론을 맡으며 검찰과 대항했고, 대우조선 사건으로 직접 구속된 경험 등도 노 대통령의 검찰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검찰 상층부의 행보도 검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노 당선자는 검찰이 대북송금 4천억원 사건을 소신껏 파헤쳐주기를 바랐으나 정치적 이유로 수사를 유보했고, SK에 대한 검찰수사도 검찰의 힘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시위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정적으로는 강금실 법무장관 기용설이 나오자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울 때 기댈 곳은 결국 검찰뿐이다”라며 조직적으로 각계 요로에 로비를 벌인 것이검찰개혁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사시 15회와 16회를 왜 다르게 보나
일부 검찰 고위간부는 자신에 대한 인사로비도 벌여 뒷말을 낳았다. 민주당 한 실세 의원은 “몇몇 검찰간부로부터 인사청탁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로 180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느껴졌다. 권력이 무서운 줄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말했다. 또 고검장 승진 대상인 한 검찰 간부는 30대의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을 만나 부탁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은 일단 검찰개혁의 출발점을 서열주의 탈피로 잡았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라 중요 보직을 나누는 서열문화를 벗어나 검찰 내부의 민주성과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검찰독립의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충격’ 이면에는 ‘인적청산’이라는 암수가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평검사와 토론에서 “검찰 상층부를 못 믿겠다. 과거 문제 있던 그 시절에 특별히 많이 젖어 있던 사람들”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검찰의 최대 문제점은 정치적 편향과 권력 지향성이다. 정권에 줄을 대서 과분하게 출세한 정치검사를 배제하는 게 절대 과제였다. 그러나 검찰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이런 정치검사를 솎아낸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고 인적청산 작업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내린 결론이 ‘연대책임론’이다. 사시 16~17회를 대거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12회인 김각영 검찰총장만 남겨놓고 13~15회 전부의 퇴진을 유도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원안’이었다.
청와대가 이처럼 15회와 16회를 갈라서 보는 이유는 15회가 호남정권 아래서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출세한 경향성이 짙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15회는 검사장 이상 간부 41명 가운데 9명을 차지해 가장 많고, 호남 출신이 5명이나 되는 등 지역적 편중이 심한 기수로 꼽힌다. 이에 비해 16회는 한 기수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먼 지방의 검사장으로서 권력과 밀접한 거리에 이르지 못한 기수라 상대적으로 권력의 손때가 덜 묻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노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과거 시대 경험을 덜 가진 사람들을 빨리빨리 위로 올리자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16회 이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굳어진 검찰의 조직문화를 살리자”
그러나 사시 12회인 김각영 검찰총장과 16회 사이 공백이 너무 큰데다, 검찰 저항이 심할 것으로 보고, 각 기수별로 1~2명씩 구제해주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것이 3월6일 강 장관이 김각영 총장에게 제시한 인사안이다.
각 기수별로 1~2명씩 선정하는 데도 상당한 고충이 따랐다. 청와대에서는 나름대로 준비해놓은 자료와 검찰 내 자체 평가를 들어보았으나, 제각기 선호도가 달라 통일된 견해를 이끌어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신망도가 높게 나타난 분들로 구제대상을 정했다”는 게 청와대쪽 설명이다.
이런 인적청산 작업에는 검찰이 친정인 민주당 함승희 의원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의원은 지난 2월7일 인수위로 노 대통령을 찾아가 장시간 독대를 하며 검찰 인적청산의 필요성과 대상자를 구두로 보고하고 아울러 보고서도 작성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함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치검사 배제를 주장하며 “특히 지난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것으로 알고 내사자료를
한나라당에 빼준 검사들도 찍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강 장관이 서열파괴를 단순하게 인적청산을 위한 도구로만 삼은 것은 아니다. 화석처럼 굳어진 검찰의 조직문화를 살리는 데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검사 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으로 꽉 짜인 검찰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상호견제할 수 있도록 하면 검찰의 정치성 논란은 초기단계에서부터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부가적 효과도 내심 바라고 있다. 사시 300명 시대를 연 23회의 경우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검사만 60명에 이르러 서열파괴 등으로 인사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검찰조직이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오랜 소신이었던 만큼 상당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고집스레 밀어붙인 점이다. 강 장관은 인사추천 단계에서 10배수까지는 포함됐다가 5배수로 줄이는 과정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검찰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러자 노 당선자는 “탈락시킨 근거가 뭐냐”고 다그치며 다시 후보명단에 포함시키는 등 강금실 카드에 애착을 보였다. 이를 두고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노 대통령에게 강 장관은 잔다르크다. 검찰조직에 완전 포위돼도 혼자서 뚫고 나올 수 있는 기량을 기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제도정비로 검찰개혁 마무리
문재인 민정수석과 박범계 민정2 비서관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실무적 뒷받침도 탄탄한 편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검사들로부터 “밀실에서, 외부인사가 포함된 인사”라고 공격받자 두 사람을 일으켜세우며 “외부인사라면 저 사람들이 외부인사다. 저 사람들이 정치한 사람인가. 그 외에 민주당으로부터 검찰인사에 관해 내가 단 한번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으면 사람이 아니다.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검찰 간부 하나하나에 대해 검찰 내부의 평판을 들어보고, 관련자료를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임명된 지 1주일 만에 파격적인 검찰 인사안을 선보일 수 있던 것도 이런 실무적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한 전략·전술까지 치밀하게 짜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한데다, 검찰조직 전체를 ‘적’으로 돌려 반발의 강도를 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면 징계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평검사들에게까지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일단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라는 파격적 방법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청와대쪽은 인사에 이어 제도정비로 검찰개혁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검찰개혁추진단을 법무부 산하에 두되, 이에 검찰과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해 자율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개혁안에는 △인사위원회에 외부인 참여 확대 △평검사협의회의 의견 개진권 부여 △다면평가 실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제도개혁을 거쳐, 두 번째 인사에서부터 어느 정도의 공정성과 설득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첫 번째 개혁조처는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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