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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트위터
  제  목 : 중도일보 - 개혁의 실패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07-02-14 19:18     조회 : 1288    
 

【중도일보 2006.12.05】개혁의 실패


▲ 박범계 변호사
지금은 권모술수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그 시대 이탈리아에서 의미있는 정치담론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봉건제에 기반한 중세를 끝내고,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조국 이탈리아를 통일할 중앙집권의 절대 군주의 출현은 마키아벨리의 소망만이 아니었다.

마키아벨리가 설파한 통치를 위한 3가지 수단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모래알 같은 대중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권력(Power)이 있어야 하고, 적절히 돈(Money)으로 틀어막거나 회유해야하며, 그도 저도 아니면 폭력(Violence)으로 억눌러야 한다는 단순한 이 도식은 과연 전혀 쓸모없는 것인가 ?

해방을 거쳐 좌우의 극심한 혼란과 분단, 그리고 수십년에 걸친 권위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투쟁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다. 고전적 시민 민주주의의 핵심 요체인 신체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는다고 아우성할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그 반증이다.

대형 간첩단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장이 발설했던 사건의 피의자 5명에 27명의 변호사들이 111회나 접견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필자는 지난 1998년에 판사로서 결정한 재판에 대하여 무슨 용공이니 어쩌니하고 한달동안 전화 협박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변한 한국사회 여기저기에서 권위적 통치에 대한 향수를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권위는 권위적인 것과 구별된다는 논리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현직 대통령의 탈권위적이다 못해 가볍다는 평가를 받는 언행과 비교되어 더욱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오늘 21세기의 민주 대한민국에 마키아벨리가 다시 살아온 것인가 ?

우리 역사상 좋은 명분과 내용을 갖고 개혁을 외치다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조 조광조를 꼽는다. 중종의 신임하에 당시로 치면 급진적이었던 조광조의 개혁은 피폐해진 농촌사회의 안정책으로 향약을 실시하고, 현량과를 실시하여 인재를 고르게 중용하려 했던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조광조의 개혁은 편협하고 과격했으며 너무나 서두른 탓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분법적 사고로 동조세력을 얻은데 실패했고,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기 때문에 뛰어난 기교를 요하였음에도 전문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도 조광조 개혁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혁은 정치에서 시작하지만 경제로 끝나야 한다’는 불변의 명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것이 곧 민심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확실히 민심은 개혁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개혁 불감증이니 개혁피로감이니 하는 말도 많이 들린다. 실패는 성공의 대칭어이니 ‘개혁의 실패’는 ‘성공한 개혁’에 대한 열망이라고 견강부회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위안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지난 수십년간 한국사회에서 가장 강력했던 집단이었던 법원과 검찰, 국정원과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 모두가 민주 한국에서 지금 그리고 미래에 자리매김해야할 모습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난 7개월간 단 한번도 허전한 가슴이 채워진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개혁을 이야기해 왔지만 너무도 공허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개혁은 내용과 방식 이전에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품성의 문제가 더 중요하니까. 그래서 ‘개혁의 실패’ 가 맞는가를 따지기 전에 ‘개혁을 추진한 사람들의 실패’를 먼저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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