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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트위터
  제  목 : 중도일보 - '경찰 지구대' 에 관한 생각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07-02-14 19:17     조회 : 1277    
 

중도일보 2006.11.07】‘경찰 지구대’ 에 관한 생각


<시사에세이>


박범계 변호사


그와의 토론은 정말로 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하는 계기였다. 그는 국내외의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각종의 제도개선에 대한 지식도 상당하였다. 어느날 그가 불쑥 다가와 옛날 일제시대부터 있어왔던 주재소(駐在所)의 후신인 지서 파출소를 통폐합하고 지구대를 만들자고 했다.

이미 경찰의 주요한 인사들과 의논을 끝낸 것처럼 보였고(아니 어쩌면 경찰 인사들의 의견이 그를 움직였을 수도 있다) 실행만 남은 듯 했다. 대한민국의 상당부분이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교통혁명을 거쳐 정보 통신의 비약적인 발달이 있었는데, 굳이 지역을 세분화하여 치안 기능을 담당할 필요가 없다는 이론적 기초도 설명했다. 또한, 시민들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파출소 공간을 시민 친화적, 시민 봉사적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때가 2003년 여름이었다.

언젠가 몸이 몹시도 피곤하여 오후 짬을 내어 지역의 대중 사우나를 찾은 적이 있었다. 사우나를 마치고 그 빌딩의 지하에 세워둔 자동차로 돌아왔으나, 어떤 사람이 앞에 브레이크를 꽉 채운 채 주차를 하여 놓았다. 아무런 연락처도 없었고, 30분이 넘어서도 차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화가 치밀대로 치밀 즈음, 마침내 그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경우없이 그럴 수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하자마자, 그 20대 후반의 젊은이들 둘은 눈을 부라리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 마침내 필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까지 했다. 난생 처음 듣는 그 욕설이 현실화되었다면, 아마도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백주대낮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신고를 했고, 지구대에서 파견된 경찰 순찰차가 도착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경찰관들은 순찰차가 와서도 여전히 길길이 날뛰는 그들에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봉변을 당한 필자에게 너무나도 무덤덤했고, 기계적이었다. 뭐 이런 일 가지고 신고를 했느냐는 식이었고, 옛날식으로 그 녀석들을 혼내주다가는 오히려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는 무언의 항변도 있었다.

2003년 여름, 경찰 혁신과 관련하여 추진되었던 ‘경찰지구대’ 안은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광역시 정도의 도시라면 대체로 1개 경찰서 권역별로 3~5개의 파출소의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여 운용하되, 기존의 파출소는 치안서비스센터로 전환하여 기초적인 치안수요에 대한 대응과 민원서비스 제고에 주력할 것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파출소 운영체계의 개편이 과연 시민들에게 어는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였고,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는 지는 의문이다. 순찰차 중심으로 관할 구역을 수시로 세밀하게 순찰할 것이 전제되었던 지구대는 여전히 4~5대의 적은 순찰차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력도 단순 통합식으로 묶기만 하고 늘려 주지 않은 터에 치안센터에 민원 담당관을 남겨놓아야 하니 오히려 근무여건이 더 열악해졌다는 불만도 있다.

파출소를 시민들에 대한 봉사 센터로 적극 개방하려는 당초의 시도도 모자란 인력과 ‘확고한 인식’의 결여, 책임있는 자원 봉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라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일을 맡겼다가 파출소에서 고스톱이라도 치다가 언론에 들키면 괜히 안하니 만도 못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지구대는 참여정부 경찰혁신 사례도 꼽히는 것 중의 하나이나 성공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분명히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맞았으나 아직도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혁신이나 제도의 개혁이라는 것이 시스템(제도)만 고쳐서는 안되고, 이를 뒷받침할 인적 물적 여건을 갖추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사례라 하겠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6-29 10:44:06 연설및칼럼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