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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트위터
  제  목 : 대전일보 - 착각에 빠진 남편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07-02-13 09:44     조회 : 1256    
[아침광장]착각에 빠진 남편들



'가정을 지키자'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최근의 흉악범죄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는데 커다란 장애가 흉악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 내부에도 그에 못지 않은 요소가 있다. 가정을 부부를 정점으로 한 자녀들과의 유기적인 결합체로서 이 사회의 최소 단위로 정의할 때, 가정이 건강하여야 그 사회가 튼튼하게 발전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가정의 중요성 퇴색



후기산업사회에다가 지식정보사회가 더해지면서 가정의 중요성이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정에는 종족을 보전하는 의미 이상의 가치가 여전히 존재한다.



대체로 가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가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생산력의 재창조를 가능케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생산력을 제공하는 가정이 파탄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위 '매맞는 아내'로 표현되듯 가정에 있어 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이 법원의 중요한 사건유형으로 등장한 것은 수십년에 불과하지만, 가정에 있어 힘있는 일방이 다른 일방을 완력으로 단죄하는 형식은 이미 우리 역사상 오래된 전통이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의 가정폭력은 대체로 일방적이었고, 마치 상전이 아랫사람을 나무라듯이 하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남존여비 혹은 가부장적 사회경제적 구조와 인식에 터잡아 남편이 아내를 매로써 다스려 가정을 유지한다는 그럴싸한 명분과 형식을 띠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 그런데, 어제도 그러했던 아내에 대한 폭력이 뭐 그리 심각한 문제인가? 원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우리 헌법이 선언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추상적이다.



우리들 모두의 가슴에 다가오는 이야기로 말하자면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력에는 전혀 변함이 없겠지만, 그 반대의 아내의 대응에는 현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다소곳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야단치시는 것이겠지라고 참고 지내왔던 아내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마치 조선 후기의 핍박받던 민초들의 민란을 연상케도 한다. 오늘날 가정이 쉽게 깨어지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기초한다.



세쌍에 한쌍 정도 수준의 우리 사회의 이혼율은 서구사회의 그것에 필적한다. 이러한 이혼율에 가장 커다란 기여를 하는 요소가 바로 가정에 있어서의 폭력인 것이다.



우리가 가정을 지키자는 화두를 가지고 가정을 깨는 주요 원인으로서의 가정폭력을 진단해볼때 이제는 남편들이, 바라는 바 우리의 아내들이 그다지 인내스럽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착각을 거두자는 것이다.



인습에 얽매여, 자식들의 장래에 얽매여 지긋지긋한 폭력의 환경에서 굴종하면서 살만큼 어리석지도 인내스럽지도 않다는 인식이 남편 일반에게 널리 퍼질때 가정폭력은 상당부분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된 아내' 인식을



이러한 진단은 폭력성향을 가진 남편일수록 어찌된 일인지 이혼에는 지독히 소극적이라는 것에 근거한다. 그리고 현상적으로는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호소하곤 한다.



심지어는 법정에서 아내를 향해 무릎을 꿇고 한번만 용서해 주면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남편도 있다. 그러한 남편들에게 이제는 당신의 아내가 변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일, 즉 착각을 거두도록 하는 작업이야말로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을 지키는 첩경이라 할 것이다.

박범계<대전지방법원 판사>
2002.02.23 기사 '가정을 지키자'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최근의 흉악범죄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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