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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트위터
  제  목 : 대통령님과 비서관들께 보내는 글 (비서관직을 사임하면서)
  글쓴이 : 최고관리자     등록일 : 07-02-13 09:42     조회 : 1399    
대통령님과 비서관들께 보내는 글 (비서관직을 사임하면서)

2002년 10월 18일
저에게 지난 10여 년간 부채의식에 시달리게 만든 김민석이란 친구가 갑자기 우리 곁에서 떠나가 버린 날입니다.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우리들의 오랜 바람이 흩어져 버린 듯 한 극한의 혼돈 속에서 당시 저에게 법복은 사치이고 오만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미련 없이 훨훨 털어버리고 날아 왔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커다란 환영을 받았습니다.
너무도 감당하기 벅찬 사랑을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저 개인에 대한 지나친 특권이 아닐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우리 모두의 변화와 승리에 대한 열망을 담은 기대와 바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가진 것은 별로 없었지만 이 한 몸을 다바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루어 냈습니다.

언젠가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그래도 이회창과 노무현을 비교해 보니 노무현이 좀 나으니까 당신께 온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나, 아닙니다.
대통령님은 저에게 절대적 정의였고 절대 우위였습니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당시 제가 그 말씀에 바로 대답은 하지 못하였지만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님과 함께 하여 이 자리까지 오는 동안 저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의 변화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변화된 세상의 민심이 노무현 대통령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수많은 민초들은
삶의 희망을 보고 있었습니다. 소의가 참여로, 열등이 동등으로, 변방이 중심으로 우뚝 서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는 꽉 막힌 현실 또한 존재합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의 열정에 찬 함성이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잠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여기 저기 반성의 소리가, 참회의 소리가, 그리고 비판의 소리가 난무합니다.
과연 저를 포함한 우리의 잘못과 실책이 그렇게 큰 것인가 항상 자문해 보고, 되돌아봅니다.
대선 후 제에게 과분하게도 대통령직 인수위원직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검찰, 국정원, 경찰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이들 권력기관의 위상과 기능이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불행과 실패의 배후에는 항상 권력기관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이것이 권력기관 개혁의 유일한 실마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는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계셨습니다.
권력기관 개혁에 관하여 저에게 명쾌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권력기관과 같이 어울리지 않으면 된다고.
과거와는 다른 상황에서 방향을 잃고 당황하고 상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기관은 이제 그들의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그들에게 주어진 본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의 자리와 본분을 깨닫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국회입니다.
계몽주의 시대 몽테스키외 등으로부터 비롯된 삼권분립을 통환 견제와 균형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회에는 없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을 단지 소수 정파의 리더로 치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 변화 없이, 새로운 리더십의 창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민주주의는 현명한 지도자의 리더십과 이성적인 대중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설파했듯이 이 시대 국회와 그 구성원인 의원 개개인의 리더십 혁신 없이 대한민국의 발전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가들이 단지 매스컴의 이목이나 카메라의 앵글만을 좇아 춤추는 해파리와 같은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하는가?
왜 의원들은 쉼 없이 토론하고 밤 새워 연구하여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실제적인 모습보다는 비춰지는 모습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정치 현실을 목격하면서,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한, 할 말 제대로 못하고, 공부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토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방치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희망이 생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구태를 바꾸는 것에 감히 제가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밤 새워 연구하고 토론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386’이라는 대명사가 일부에서 흔히 말하는 치기어림과 미숙함으로 폄하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어엿한 중견으로 자리매김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또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40이라는 제 나이가 변화와 희망을 위한 열정과 에너지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 고향 충청도는 아마 별 개성이 없는 곳으로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상영되었던 ‘황산벌’이라는 영화에서조차도 모두 영ㆍ호남 사람들 일색이더군요. 황산벌이 현재 충청도 논산 부근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조선을 구한 영웅 이순신도 충청도인 이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일전에 아이들과 함께 아산 현충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국이 중국과 러시아ㆍ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운명을 개척했듯이 충청도가 그런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청도가 소외되지 않고 충청도인 들이 신명나고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조국이 더욱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의 비약도 해보았습니다.
이제 그런 저의 고향, 충청도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1년여간 대전에서 떨어져 지내왔던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갑니다.
그러나 곧 돌아오겠습니다.
역사의 변방이 아닌, 행정수도와 함께 역사의 중심에서 서는 충청도인과 함께 다시 오겠습니다.

그 동안 너무나 사랑해 주시고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한 뿌리이며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며 단결하면, 참여정부의 진정한 성공이라는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이제 떠나가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저의 뜨거운 마음만은 이곳에 남겨 두고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박범계 올림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6-29 10:41:19 연설및칼럼에서 이동 됨]